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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591

사극드라마,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역사왜곡 논란’

작성자
문화콘텐츠학과
조회수
1977
등록일
2015.09.21
수정일
2024.03.28

 

역사도 배우고 보는 재미까지 더한 사극은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 중 하나다.
한국사를 더욱 쉽고 재밌게 가르치는 사극은 역사 이야기를 잘 녹여내고 묵직한 메시지까지 전하며 ‘명품’으로 꼽히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역사 왜곡 논란에 쉽게 휩싸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매해 각 방송사마다 여러 편의 사극이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역사 왜곡에 휘말린 사극드라마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
‘역사 왜곡’은 비단 지금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져왔으며, 매번 사극이 등장할 때마다 따라 붙었다. 재미와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위해 역사이야기 한 줄에 상상력이 보태지면서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미화하는 일이 발생한 것. 또 한 인물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사극으로는 역사왜곡 논란에 크게 휩싸였던 MBC ‘기황후’를 빼놓을 수 없다. ‘팩션 사극’이라는 방패막을 두었지만, ‘기황후’는 기황후를 둘러 싼 후대의 엇갈린 역사적 평가에, 고려시대 최악의 폭군 충혜왕을 매력적인 왕으로 미화시키면서 방송 전부터 몸살을 앓앗다.
실제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충혜왕은 각종 악행과 새 어머니를 겁탈하는 등 음탕한 짓을 일삼다가 중국 원나라에 의해 폐위된 폭군이다. 하지만 사극드라마 ‘기황후’ 속 충혜왕은 원나라에 맞서는 자주적이면서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왕으로 표현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은 역사왜곡과 미화를 외치며 분노를 드러냈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악녀로 상징되는 장희빈을 재해석하겠다고 밝혔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아무리 팩션 사극이라지만 허구적 요소에 집중하게 되면서 역사적 기록을 무시했다는 반발이 나온 것이다. ‘장옥정’은 극 중 장희빈을 한복디자이너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패션쇼에 마네킹 등 다양한 현대식 요소가 가미돼 뭇매를 맞았다.
SBS ‘비밀의 문’ 역시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동안 사도세자 이야기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 중 하나였다. KBS2 ‘하늘아 하늘아’, MBC ‘대왕의 길’ MBC ‘이산’ 등을 통해 사도세자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뤄져왔다.
하지만 ‘비밀의 문’에선 조금 색다르게 사도세자의 모습이 그려져 흥미를 모았었다. 바로 대리청정으로 정치 수업을 받는 새내기 정치인으로서 성과도 없고 정치적 세력도 약하지만, 타고난 신분의 귀천을 떠나 공평힌 세상을 만들겠다는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내는 인물로 그려진 것. 드라마 속에 비춰진 사도세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접한 시청자들은 드라마 그대로 역사의 재해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역사왜곡으로 봐야할지 의견이 갈린 바 있다.

 

‘팩션 사극’이라는 방패막으로 판타지, 퓨전 사극들이 넘쳐났던 시점에서 정통 사극의 중요성을 알려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도 잇다. KBS1 ‘정도전’은 ‘대왕의 꿈’(2012) 이후 5개월간 부재였던 대하 사극의 부활을 알린 작품으로, 역사적 사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정현민 작가는 시작 전부터 고려사 등을 비롯한 역사서 수십 권을 정독하며 자료 조사에 힘을 쏟았고, 조선시대의 갓 모양부터 칼을 차는 모양새까지 역사를 기반으로 남다른 디테일함을 강조해나갔다. 결국 사료를 기반으로 탄탄한 사극이 만들어지면서 퓨전, 판타지에 지쳐 있던 시청자들을 매료시켰고, KBS 사극의 부활을 제대로 알리면서 역사왜곡 없는 청정 사극으로 등극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기사 원문 : http://star.mbn.co.kr/view.php?no=256433&year=2015&refer=po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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